다시 찾은 헝거리 어부의 요새
다시 찾은 ‘헝가리 어부의 요새
청봉 이 성수
일 정: 2017년 5월 31일
장 소: 헝가리 어부의 요새
동반자: 부부동반 + 여행사 12명
헝가리 어부의 요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이다. 지금부터 15년 전인 2003년도에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오래도록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어 이 추억의 여행지를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헝가리 여행을 드디어 아내와 함께 떠난다는 기대감과 그 옛날의 추억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나는 며칠 전부터 들뜬 기분으로 제대로 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동유럽 3개국(오스트리아 비엔나,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을 7박 8일로 여행하는 이번 일정에는 어부의 요새가 포함되어 있어 특별히 선택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으로 소개되어 나오던 시절에 이곳에서 찍었던 많은 주옥같은 사진들을 귀국하는 과정에서 카메라와 함께 잃어버렸기 때문에 지난날의 추억들을 되찾고 아름다운 이곳 부다페스트 풍경 사진들을 다시 카메라에 담아 보는 것, 즉 나의 꿈 하나를 이루고자 만든 특별한 사진여행이 아닌가 한다.
2017년 5월 26일 인천 공항을 출발 첫 번째 여행지인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경유하여 5월 31일에 헝가리에 도착 하였다.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아름다운 도나우 강이 남북으로 길게 도시 중심을 가르며 빠져나가고 있다. 도나우 강 서쪽은 부다(BUDA), 동쪽은 페스트(PEST)로 양분되어 있고 동쪽의 언덕위에는 ‘부다 성’과 바로 옆에 ‘마챠시 성당’과 추억의 ‘어부의 요새’가 자리 잡고 있다. 동반자인 아내와 함께 다시 찾은 이곳 성채에는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붐비고 있고,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언 무곡 5번과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강’의 왈츠를 연이어 들으며 어부의 요새에 올라본다.
어부의 요새 (Fisherman’s bastion, Halászbástya )
‘어부의 요새’는 19세기에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고 있을 때 도나우의 마자르족 어부들이 강을 따라 내습해 오는 적을 막기 위해서 이 성채에서 파수를 보았던 것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부다 왕궁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하여 있고, 네오 로마네스크 양식의 하얀 테라스 건물로서 뾰쪽 고깔 모양의 7개의 동화 속 지붕이 매우 인상적이다. 7개의 탑은 수천 년 전 나라를 세운 7개 부족을 상징한단다. 어부의 요새를 관람하려면 1층은 무료이지만, 2층 관람은 입장권(헝가리 화폐로 800프론트)을 구입하여야 한다. 2층 테라스 기둥 사이로 반대편 국회의사당이 잘 보이는 곳은 사진 명당자리로서, 관광객이 많아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지만, 뒤에 기다라는 사람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남기기도 어렵다. 우리도 그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꿋꿋이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추억의 사진을 담아 왔다.




마챠시 성당 (Matyas Templom)
헝가리 국왕들이 대관식과 결혼식을 올리던 장소로 유명하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프란츠 요제프 1세와 에르제베트(엘리자베스 시시) 황후의 대관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1255년∼1269년에 벨라 4세가 건립하였고, 15세기 마챠시 1세 때에 높이가 88m나 되는 첨탑을 세웠기 때문에 이 성당을 그의 이름을 따서 ‘마챠시 성당’이라고 하였다. 마챠시 성당은 어부의 요새와 세체니 다리와 함께 부다페스트의 3대 랜드 마크 중 하나이다. 성당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와 프레스코 벽화로 장식되어 있고, 역대 사제들이 입었던 의상, 교회 장식품, 십자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지금은 일요일 10시에 미사가 거행되는데 이때 찬송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부른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매주 금요일 밤에는 오르간 콘서트가 열린다. 리스트를 낳은 헝가리답게 음악을 사랑하는 헝가리인 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고 있다.




이곳 성당과 광장은 영화 ‘노트르담의 곱추’ 촬영장소 이기도 하다. 파리의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다. 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지나롤로브리지다)’와 종지기 ‘콰지모도(안소니 퀸)’의 사랑 이야기. 마챠시 성당을 꼭 찾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영화 속의 장소를 직접 둘러보고 그 기분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잠시나마 두 눈을 감고 나 자신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옛날 중세의 분위기에 젖어본다.


부다 왕궁(Budavári Palota)
부다 지역의 남쪽 언덕에 자리한 부다 왕궁은 재건과 파괴가 반복된 수난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3세기 후반 벨러 4세에 의해 처음 건축되었고, 몽골 군의 습격을 받아 파괴된 것을 15세기 마차시 1세 때 재건하였다가 오스만투르크에 의해서 다시 파괴된다. 17~18세기에 재건 및 확장 공사를 하였으나 헝가리 독립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고, 대대적인 개축을 시작하여 1904년에 완공한다. 왕궁 건설의 기쁨도 잠시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폭격으로 무너졌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서 왕궁보다는 박물관의 성격으로 다시 복원되었으나 여전히 전쟁의 흔적이 여러 건물에서 발견되고 있다. 2017년 당시 방문하였을 시에도 왕궁 복원공사가 한창이어서 일부는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등산 열차 타는 곳과 마주하고 있는 왕궁 입구에는 거대한 청동상이 있는데, 이것은 헝가리 민족의 상징인 전설의 새 ‘투룰(Turul)’이다. 투룰에 의한 전설은 다양하다. 일반적인 내용은 헝가리 민족의 시조인 알모시의 어머니가 태몽으로 꾼 것인데, 꿈에 투룰이 나타나 태어날 아이가 위대한 민족의 훌륭한 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마자르 민족의 지도자가 꾸었던 꿈에도 투룰이 나타나 독수리에게 공격받는 그들의 말을 구하고 지금의 헝가리 영토로 인도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부다 왕궁의 투룰 조각상은 유럽에서 가장 큰 새 조각상이기도 하다. 현재 부다 왕궁은 현재 국립 현대 미술관, 루드비크 박물관, 부다페스트 역사 박물관, 국립 세체니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3년 여행에서 일어났던 일:
폭설로 인한 파리 드골 공항 폐쇄
설날을 코앞에 두고 올해도 예외 없이 CFO 회의가 1월 28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120여명 경리책임자가 참석하였는데 한국인으로는 나 혼자였다. 빡빡한 일정을 전부 소화하고는 마지막 날인 금요일 오후에 끝이 나면서 참석자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흩어졌다. 나 또한 토요일 오후 비행기로 파리를 경유하여 귀국하는 일정을 확정하였다. 따라서 몇몇 남은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부다페스트 시내를 둘러보며 차가운 겨울의 날씨를 피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그 유명한 300년 된 카페에서 멋스럽게 에스페로소도 한잔 하는 여유를 부렸다. 다음날 파리행 비행기에 올라 6천 미터 상공에서 기내식으로 허기를 때우고 있는데, 아뿔싸, 오늘이 우리의 명절 설날이 아닌가? 따뜻한 떡국 대신 형편없는 헝가리 항공사의 기내식에 목이 멘다. 그런데 갑자기 기내 방송으로 찰스 드골 공항이 폭설로 인한 폐쇄란다. 아악, 나는 오늘 파리에서 서울로 연계되어 있는 비행기 스케줄인데 서울로 되돌아가기는 다 틀렸군. 되돌아온 헝가리 공항에서 한 시간 이상 실랑이 끝에 어렵게 찾아낸 항공편은 다음날 출발하는 프랑크푸르트 경유 인천행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소련공산지배에서 벗어난 지 이제 겨우 10여년, 공항카운터 여직원의 느린 일처리는 한국의 빠른 문화와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우리 대한민국의 수준이 선진국임을 자부 한다. 문제는 하루 밤을 더 지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졸지에 공항의 국제미아가 된 느낌이다. 폭설로 인한 항공편의 지연이나 취소는 자연재해이기에 보상도 없단다. 아, 나는 이제 호텔도 체크아웃 하였는데 그럼 어쩌지? 불행 중 다행이도 부다 힐튼호텔에 되돌아와 묵던 방을 하루 더 잡을 수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분실하다
다음날 귀로에서 카메라를 분실하였다. 더욱이 그 속에 남아 있던 사진들, 파리 시내와 헝가리 시내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추억의 사진들을 몽땅 잃어버렸다. 부다페스트-프랑크푸르트-인천공항의 어느 중간에 나의 가방이 손을 탄 것 같다. 내 여행가방의 잠금장치가 열려있고 감쪽 같이 카메라가 없어졌다. 짐을 화물로 보낼 때 카메라를 그 가방에 넣은 것이 나의 불찰이었다. 보험도 안 되고 작품도 다 잃어버리고, 아이고, 다시 한 번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다시 올 것을 다짐해 본다.
헝가리 야경에 반하다:
우리의 숙소가 지하철역 ‘체인브리지역’과 ‘바트야니스퀘어역’ 사이에 위치한 ‘노보텔 다누베 호텔’로 부다성 바로 아래에 위치하여 걸어서 3분이면 도나우 강가에 나올 수 있고 건너편 국회의사당이 바로 보이는 곳이다. 오늘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한 시각이 밤 11시가 조금 넘었다. 나는 아내와 둘이서 강가로 나가 건너편의 국회의사당 야경을 사진에 담았다. 그 어느 야경보다도 최고의 광경이 아닌가 한다. 세체니 다리(Széchenyi Lánchid)까지는 밤늦은 시간에 낯선 여행지를 둘이서 배회하기는 무리인 듯 다음을 기약하고 호텔 로비에 돌아오니 가이드가 반갑게 맞이한다. 셋이서 함께 로비 바에서 헝가리 칼렌베르 수제맥주로 이번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다.


이제는 단 하루 남은 아쉬운 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 15년 전 통째로 잃어버린 추억의 일부를 찾았다는 기쁜 마음에 쌓였던 여행의 피로가 헝가리의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내일이면 일상으로 복귀하여 그 복잡하고 험난한 현실의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세월이 흘러 당시 만나고 함께 여행하였던 사람들은 모두 흘러갔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여행을 하며, 내 인생의 역사적 페이지를 남기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미라벨 궁전 정원, 모차르트 어머니가 살았던 짤츠캄머구트의 장크트 길겐, 그리고 몸소 배운 정통 오스트리아 왈츠, 천년의 고도 체코는 붉은 기와지붕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체스키크롬로프’와 프라하 성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헝거리 어부의 요새와 오부다(옛 부다 마을이라는 듯)의 고풍스런 옛 음식점에서 칼렌베르 수제맥주에 전통 음식의 헝가리 굴라쉬를 향미하며, 3인조 밴드와 함께 보낸 마지막 밤의 만찬이 여행이 가장 인상적인 추억인가 한다.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의 강‘의 왈츠를 무한으로 반복하여 들으며 그날의 추억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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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헝가리 '어부의 요새'
다시 찾은 ‘헝가리 어부의 요새’청봉 이 성수 일 정: 2017년 5월 31일 장 소: 헝가리 어부의 요새동반자: 부부동반 + 여행사 12명 헝가리 어부의 요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추억이 있는 장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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