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방/Mountain-climbing

보라매공원과 길상사 숙정문코스 - 도보여행전문가 윤문기 편

청봉(秀) 2011. 10. 25. 16:57

ㅇㅇ

발견이의 도보여행 10 - 晩秋의 숲길에서 情을 느낀다

달동네 감싸던 인정 넘치는 숲길 / 마음을 토닥이는 위안의 길

글 : 尹文基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ㆍ도보여행전문가  

尹文基
⊙ 40세.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 《낚시춘추》 《월간낚시》 기자, 《월간 자전거생활》 편집장, 황금시간 걷기단행본 출판팀장 역임.
    現 (사)한국의길과문화 사무총장, 도서출판 우리미디어 대표, ‘발견이의 도보여행’
    (MyWalking. co.kr) 운영자.
⊙ 저서 : 《서울의 걷기 좋은 숲길》 《서울걷기여행》(공저) 《경기북부걷기여행》(공저)
    《경기남부걷기여행》(공저) 《지리산둘레길&언저리길걷기여행》(공저) 《강원도걷기여행》(공저)
    《제주도올레&언저리길걷기여행》(공저).
  첫 번째 코스
 
  달동네 감싸던 인정 넘치는 숲길
 
  ● 서울(관악구) : 보라매공원과 국사봉 숲길
  ● 걷는 거리 : 6.4km
  ● 소요 시간 : 2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과거 공군사관학교가 있던 보라매공원. 공원 호수에는 음악분수가 솟고, 옛 연병장 자리에는 600m짜리 걷기 트랙이 들어서 수많은 발길이 모여든다. 당곡고등학교 뒤에 자리한 국사봉은 가지능선을 엇대어 봉천고개까지 유순한 숲길을 아슬아슬 이어놓았다. 조망 명소로 이름 높은 국사봉 정상의 손에 잡힐 듯한 낮은 조망은 작은 보너스이며, 중턱의 아름다운 숲길은 가을단풍이 일품이다.
 
 
  신대방역~보라매공원 45분/1.6km
 
 
  근래 들어 보라매공원 남문과 바로 연결되는 도림천 산책로가 관악산 입구 부근까지 연장되면서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 코스는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4번 출입구(1)를 나오면서 시작한다. 전철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육교 왼쪽으로 보라매공원 남문(2)이 나타난다.
 
  보라매공원에는 큰 출입문이 세 곳이다. 북쪽에 자리한 정문과 보라매병원과 맞닿은 동문, 그리고 우리가 진입하는 남문이 바로 그곳이다. 이 코스는 남문으로 들어갔다 동문으로 나오면 된다. 문과 문을 선으로 이어 곧장 질러가는 밋밋한 길로 안내하진 않는다.
 
  일단 남문으로 쭉 들어가 3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 건물을 끼고 돌아가면 음악분수가 설치된 호숫가다. 호수를 반 바퀴 돌아 정면으로 보이는 옛 연병장 자리의 걷기 트랙으로 들어선다. 우레탄으로 바닥을 깐 이 트랙은 한 바퀴가 600m나 된다. 트랙 위로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 그래서 여름 낮에는 주변의 나무그늘 사이 숲길이 걷기코스로 많이 이용된다.
 
  예전 공사(空士) 연병장 시절 사열대로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큰길을 가로질러 가면 바닥분수가 있는 곳을 지난다. 왼쪽으로는 퇴역 군용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에어파크(Air Park)’가 나타난다. ‘에어파크’를 본 후에는 뒷길이나 사열대 뒤의 큰길을 따라 공원 동문을 빠져나간다. 동문을 찾기 어려우면 ‘보라매병원’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된다.
 
보라매공원 분수대.
 
  국사봉 숲길~정상~단풍길 60분/2.2km
 
  공원 동문으로 나온 후에 그대로 계속 걷는다. 5분 정도 걸으면 만나는 삼거리에서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꺾은 후 SK주유소 직전에 있는 왼쪽 골목을 따라간다. 다시 5분 넘어 가다 보면 왼쪽에 창조온누리약국이 보일 것이다. 약국 옆으로 뻗은 골목으로 좌회전해서 좁아진 골목을 쭉 따라 올라간다.
 
  좁은 골목길을 5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으로 당곡중학교 담장이 이어지고, 곧 당곡고등학교 담장이 이어진다. 상도근린공원이라고도 불리는 국사봉 숲길은 바로 이 당곡고등학교 담장이 끝나는 곳(3)에서 시작된다.
 
  포장길을 버리고 흙길로 들어서면 숲은 기다렸다는 듯이 청신한 향을 토해낸다. 숲 속으로 뻗은 가로등을 따라가면 곧 불로천(不老泉) 약수터 쉼터다. ‘마시면 늙지 않는다’는 물이다. 여기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었다 간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복잡하다. 쉼터에서 보면 약수터로 떨어지는 배수로가 보일 것이다. 그 배수로 위에는 널찍한 나무덱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로 간다. 약수터 주변에는 배수로가 두 개 있는데, 나무덱이 있는 배수로를 찾으면 된다.
 
  좁은 오솔길을 3분 정도 걸으면 사각 정자가 있는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 8시 방향 오르막으로 가자. 오르막길은 약 5분간 이어진다. 짧은 오르막 구간이지만 군데군데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쉬었다 가기에 좋다. 언덕 위에는 오래된 단아한 팔각정이 있다. 여기서 일단 숨을 고르고 5분 정도 곧장 걸어가면 국사봉 정상(頂上)이다.
 
  해발 179m인 국사봉 정상에서는 멀리 북한산을 비롯해 여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는 잎이 무성한 여름에는 시야가 절반쯤 가려지고, 겨울에는 가려졌던 시야가 열리는 전망덱이 있다.
 
  국사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가면 된다. 5분쯤 내려오다 왼쪽으로 넓은 나무계단이 나오면 몇 개 안 되는 그 계단을 밟고 내려온다. 그러면 왼쪽으로 운동시설과 함께 그림같이 뻗은 단풍나무 길을 만나게 된다.
 

 
  단풍길~가지능선길~숭실대입구역 50분/2.6km
 
  이 단풍나무 길 때문에 국사봉 숲길은 만추(晩秋)의 걷기 추천코스로 늘 이름을 올리곤 한다. 단풍 숲길은 자작나무 군락(群落)과 어우러져 7분간의 짧지만 강한 인상과 여운을 안겨준다. 이 길 끝에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국사봉중학교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간 후 곧바로 만나는 T자 삼거리에서 오른쪽 내리막을 택한다.
 
  3분 정도 가면 오른쪽과 왼쪽으로 갈라지는 양 갈래 내리막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가지능선 길로 바로 건너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에는 화장실이 별로 없어 권하지 않는다. 대신 왼쪽으로 내려가 국사봉약수터 쉼터까지 간다. 쉼터까지는 3분이면 도착한다. 약수터는 왼쪽으로 잠깐 내려가야 물맛을 볼 수 있다. 화장실은 내려온 방향에서 공터 2시 방향 숲 속에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가야 할 길은 3시 방향의 너른 숲길이다. 넓은 산책로만 쭉 따라가면 ‘시골집’이라는 식당이 있고 그 앞의 찻길과 만난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조심스럽게 길을 건너 숲 속 배드민턴장이 보이는 맞은편 숲길(4)로 들어선다. 보도블록에서 흙길 경계를 넘어서자마자 숲으로 난 나무계단이 보인다. 그리로 가자.
 
옛 공군사관학교 자리였던 보라매공원. 연병장은 걷기 트랙으로 변신했다.
  나무계단의 끝은 ‘푸른꿈동산’이라는 체육쉼터다. 이후로 능선 흙길은 7~8분간 이어진다. 능선 오른쪽은 과거 대한민국 달동네의 대명사였던 곳이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첫 번째 가지능선 길은 천문대처럼 봉긋 솟은 지붕을 가진 봉현배수장까지 이어지는 도톰한 흙길이다. 배수장을 지나 시멘트 길을 내려오면 왼쪽으로 기울어진 T자 삼거리다. 왼쪽으로 크게 돌아 걸으면 곧 오른쪽으로 두 번째 가지능선 길이 시작된다. 자동차도 오를 수 있을 만큼 넓은 숲길이지만, 경사진 곳을 따라 빗물에 흙만 씻겨 내려간 탓에 바닥은 자갈만 남아 거칠다.
 
  두 번째 가지능선 길은 10분 정도 이어지다 능소화 넝쿨이 담장을 가득 메운 조그만 절 옆으로 떨어진다. 절 앞에서 왼쪽으로 가다 50m 앞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묘한 인상을 남기는 길이다.
 
  길은 곧 자동차 소리가 왕왕거리는 도시의 큰길로 내려선다. 그곳은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봉천동 달동네의 대명사와 같았던 봉천고개이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주위에 가득 들어서 있다. 큰길에서 내려오던 방향 그대로 찻길 옆 인도를 따라 내려간다. 지하철 숭실대입구역(6)까지는 5분 정도 걸린다.
 

  두 번째 코스
 
  마음을 토닥이는 위안의 길
 
  ● 서울(성북구) : 길상사와 옛집 순례&서울한양도성 산책로
  ● 걷는 거리 : 8.1km
  ● 소요 시간 : 3시간30분 내외(쉬는 시간 포함)
 
 
  북악산에 기대어 살던 소박한 동네 성북동. 산기슭을 타고 성큼 내려선 시원한 바람이 맴도는 그곳. 지금은 부촌(富村)의 상징이지만 부자동네 반대편 성곽 밑으로 달동네 작은 집들이 따개비처럼 붙어 정반대의 삶을 이어가는 곳.
 
  부자들의 마을에는 법정(法頂) 스님의 길상사(吉祥寺)가 사바(娑婆)세계의 혼탁함을 벗겨내고, 성곽 아래 달동네에서는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 선생이 끝내 독립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 심우장(尋牛莊)이 찾아온 객(客)을 위로한다. 옛 이야기 가득한 고택들의 향연 속을 걸어 북악산 능선에 돋아난 용비늘 같은 서울한양도성 산책로에서 그 마을들을 굽어보자.
 
 
  한성대입구역~최순우옛집~길상사 40분/1.7km
 
 
  한국주재 해외대사관저가 많은 성북동은 볼거리도 많고 소문난 음식점도 많은 동네다. 고급 주택가만 있을 것 같지만 서울한양도성을 뒷담으로 두른 달동네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가난한 영토에 뿌리를 단단히 박았다. 이번 코스는 다양한 도시의 모습과 문화가 어우러진 문화칵테일 루트로, 여러 명사(名士)의 고색창연한 옛집들이 그 중심을 이룬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입구(1)를 나와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崔淳雨) 선생의 고택이다. 지하철역을 나와 10여 분 정도 직진하다 왼쪽 45도 방향 골목길로 들어서면 ‘최순우 옛집’이라고 쓰인 커다란 문패를 만날 수 있다. 선생이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표현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저술한 곳이 바로 이 집이다. ㅁ자 형태 북향(北向)으로 지은 최순우 옛집은 우리의 옛것을 사랑했던 집주인의 품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단아하고 품격 높은 모습을 보여준다.
 
  최순우 옛집을 나와 골목 입구까지 되짚어 나온 후 큰길을 건너 왼쪽 골목으로 걸어간다. 이 골목을 50m 정도 들어가면 왼쪽의 어느 쌀집 앞에서 승무(僧舞)를 추는 여인네의 그림이 눈길을 잡아끈다.
 
  이 쌀집이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조지훈(趙芝薰) 시인이 30년간 살았던 집터라고 한다. 시인의 집터 안내문을 지나 바로 앞에 나오는 Y자 갈림길에서 왼쪽을 택한다. 곧 편의점이 있는 사거리다. 여기부터 길상사까지는 약 10분 거리다. 쭉 직진하다가 중간에 나타나는 Y자 갈림길에서 왼쪽을 택하면 된다.
 

 
  길상사~수연산방~심우장 45분/2.0km
 
  삼각산길상사(三角山吉祥寺)라고 쓰인 일주문(一柱門)을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다. 정면의 작은 계단을 오르면 길상사의 본존건물인 극락전(極樂殿)이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다. 그 왼쪽으로 돌아가면 작은 계곡 옆으로 쉴 수 있는 공간과 짧은 길이 나 있다. 계곡을 건너가는 다리를 살짝 건너보면 작은 공덕비가 있다. 원래 고급 음식점이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하여 오늘날의 길상사를 있게 한 김영한 여사를 기리는 비(碑)다.
 
  계곡 옆길을 잠시 걷다 스님들의 거처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내려 온다. 극락전 근처까지 내려오면 왼쪽에 설법전이 있다.
 
  그 건물 앞에는 독특한 형태의 관세음보살상이 서 있다. 이 관세음보살상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씨가 조각한 것으로 성모마리아상과 많이 닮아 있다. 길상사는 개원법회 때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천주교와 인연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수녀님이나 천주교 신자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길상사를 둘러보고 쉰 후에는, 대사관저 이정표가 많았던 편의점사거리까지 되돌아온다. 여기서 우회전한 후 큰길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간다. 인도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채 10분이 안 되어 성북동 왕돈가스의 원조(元祖)격인 ‘금왕돈까스’ 앞 골목이 나온다.
 
  골목 오른쪽을 보면 소설가 이태준(李泰俊) 선생이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다는 수연산방(壽硯山房)이다. 지금은 전통찻집으로 꾸며져 있어 오래 머물기는 편치 않다. 주인장은 잠시 둘러보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수연산방을 보고 나와 다시 큰길에서 금왕돈까스 가게를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가자. 곧 만나는 건널목을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심우장’ 푯말이 왼쪽 길을 가리킨다.
 
  여기서부터는 서울에서 거의 사라져가는 비좁은 골목길이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숨이 조금 차오를 즈음 한용운 선생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이 나온다. 한용운 선생의 영정과 함께 친필서적, 옥중공판기록, 연구논문집 등이 고택 안에 전시되어 있다.
 
6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한양도성길을 걷는다.
 
  심우장~숙정문 성곽걷기~혜화문 1시간40분/4.4km
 
  심우장을 나와 다시 골목 입구 큰길까지 걸어 나온다. 명사들의 옛집을 거닐고 돌아오면 그분들을 직접 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큰길까지 나왔으면 이제는 서울한양도성을 걷기 위해 숙정문으로 향할 차례다. 큰길을 따라 왼쪽으로 간다. ‘성북 우정의 공원’이란 곳을 지나 주암아파트 오른쪽 골목으로 간다. ‘숙정문 안내소’로 향하는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골목 초입의 황량함과 다르게 이 길은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어져 삼청터널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삼청각 앞에서 찻길을 건넌 후 왼쪽으로 가다 ‘홍련사’ 돌푯말 뒤로 난 계단으로 올라가면 곧 숙정문 안내소다.
 
  여기서부터 말바위 안내소까지는 청와대 경비 때문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패찰을 건 후 지나야 한다. 혹시라도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다면 숙정문 안내소 앞에서 왼쪽 성곽 밑으로 가는 길을 이용하면 된다. 신분증 없이 갈 수 있는 그 길은 안내소 직원에게 물어보면 알려준다. 신분증이 있더라도 저녁 이후로는 출입이 안 되니 유의하자.
 
  조금 가파른 나무계단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서울의 북대문(北大門)인 숙정문(肅靖門)이다. 험준한 산악지형에 문을 세운 터라 조선시대에 실제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풍수지리에 입각한 주장으로 인해 18년간 문을 폐쇄하는 일까지 있었다. 숙정문을 지나면 왼쪽으로 간다. 이후로는 계속해서 성곽을 따라 걷게 된다.
 
  오른쪽은 청와대 경비구역이라 볼 수 없게 막혔지만 왼쪽은 시원하게 뚫려 삼청각과 성북동 일대를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 성곽길을 5분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말바위 전망대가 그간 막혀 있던 오른쪽 전경을 시원하게 펼쳐낸다. 전망대 옆은 아까 받았던 패찰을 반납하는 말바위 안내소다. 그 안에 화장실과 정수기가 준비되어 있어 쉬어가는 장소로는 그만이다.
 
  다시 5분 정도 가다 나무계단 위 전망대로 올라선다. 전망을 보든 안 보든 그곳을 지나야 하므로 일단 올라가야 한다. 조망대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성벽 바깥으로 나 있는 산책로로 갈 수 있다.
 
  성곽을 오른쪽으로 끼고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성곽 사이를 지나 와룡공원으로 들어선다. 와룡공원에서는 성곽을 왼쪽으로 하고 성곽 안쪽에서 걸어 내려간다. 무심하게 걷지만 말고 성곽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동네도 보고 성곽을 병풍처럼 두른 성곽 아래 마을에도 한번쯤 눈길을 주어보자.
 
  와룡공원의 성곽길은 15분쯤 이어지다 마무리된다. 공원이 끝나는 곳에는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는 대형 돈가스집 두 곳이 있다. 원래 그 자리에는 진짜 성북동 왕돈가스 원조인 금왕돈까스가 있었지만, 아까 들른 수연산방 옆으로 이사를 갔다.
 
  우리가 갈 곳은 이 두 곳 중 서울왕돈까스 오른쪽의 작은 골목이다. 이 골목을 지나며 오른쪽을 보자. 주택과 학교 건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石築)이 성곽의 일부인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스스로 깔고 앉은 이 길에서 못내 마음이 아프다.
 
  골목길을 따라 직진하듯 15분 남짓 걸으면 일제(日帝)가 전철(電鐵)을 내기 위해 완전히 헐어버렸다가 1992년 우리 정부에 의해 다시 복원된 혜화문을 만나게 된다. 혜화문은 서울의 사소문(四小門) 중에 동소문(東小門)에 해당된다.
 
  혜화문을 보고 난 후에 왼쪽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처음 출발했던 한성대입구역이다. 역 주변에 한강칼국수, 할매청국장, 나폴레옹제과점 등 유명한 맛집이 많다.⊙